조현병의 의해 : 현실과의 경계가 무너질 때

조현병은 대표적인 정신질환 중 하나로, 현실 인식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핵심적인 특징입니다. 환청이나 망상, 사고의 와해 같은 증상이 나타나며, 증상이 심할 경우 일상 기능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조현병은 많은 사람들에게 오해받는 질환이기도 합니다.

사회에서는 조현병을 가진 사람을 비정상적이거나 위험한 존재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조용하고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며, 치료를 통해 호전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조현병의 주요 증상, 원인, 치료 방법, 그리고 회복 가능성에 대해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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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현병이란 무엇인가?

조현병은 현실을 지각하고 해석하는 방식에 이상이 생기는 정신병적 장애(psychotic disorder)로 주로 망상, 환각, 사고 장애, 정서 둔마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미국정신의학회 DSM-5 기준에 따르면 다음 중 2가지 이상의 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되고, 전체적으로 6개월 이상 기능 저하가 동반될 경우 조현병으로 진단됩니다.

  • 망상 : 사실과 맞지 않는 믿음을 고수함(예 : 누군가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고 믿음)
  • 환각 : 존재하지 않는 자극을 지각함(주로 환청이 가장 흔함)
  • 와해된 언어 : 대화가 논리적이지 않고 산만해짐
  • 심하게 와해된 행동 또는 긴장증
  • 음성 증상 : 감정 표현 감소, 무의욕, 말이 없음 등

조현병은 청년기 후반에서 30대 초반 사이에 주로 발병하며, 전 세계 인구의 약 1%가 일생 중 한 번은 이 병을 겪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2. 조현병의 원인

조현병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다음과 같은 복합적 요인이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유전적 요인
    • 가족 중 조현병 환자가 있을 경우 발병 확률이 높아집니다.(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40~50%에 이를 수 있음)
  • 신경생물학적 이상
    • 도파민 과활성화 이론이 대표적이며, 뇌의 전두엽·측두엽 기능 저하, 뇌실 확대 등의 구조적 변화가 관찰되기도 합니다.
  • 스트레스 및 환경 요인
    • 약물 남용(특히 대마), 외상, 사회적 고립 등은 발병 위험을 높이는 촉진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즉, 조현병은 선천적 취약성에 스트레스가 더해질 때 발병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취약성-스트레스 모형’으로 설명됩니다.

3. 조현병은 치료 가능한가?

조현병은 만성질환이지만 약물과 심리사회적 개입을 통해 증상 조절과 회복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핵심은 다음과 같은 치료의 통합적 접근입니다.

  • 약물치료
    • 항정신병 약물(antipsychotics)이 1차 치료(리스페리돈, 올란자핀, 아리프프라졸 등)
    • 도파민 수용체 차단을 통해 망상과 환각을 줄임
    • 증상 완화 후에도 유지 치료가 필요함
  • 정신사회적 치료
    • 개인 및 가족 교육 : 질환에 대한 이해 증진, 재발 방지 교육
    • 사회기술 훈련 : 대인관계 능력 회복
    • 고용 및 주거 지원 : 삶의 기능 유지에 필수
  • 조기 발견과 개입의 중요성
    • 조기 발병 후 2년 이내 집중적인 치료가 이루어지면 장기적인 회복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4. 조현병에 대한 편견

조현병은 여전히 많은 편견에 둘러싸인 질환입니다. 뉴스나 영화 속 조현병 환자는 종종 폭력적이거나 비현실적인 존재로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타인에게 위협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자신의 고통을 감추고 조용히 살아갑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낙인이나 두려움이 아니라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 그리고 사회의 수용입니다. 조현병은 ‘이상한 병’이 아니라 뇌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혼란스러워진 상태이며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통해 직장 생활, 인간 관계, 자립 생활로 복귀하고 있습니다.

조현병, 장기적 치료와 지지가 필요한 정신질환

조현병은 일시적인 기분 변화나 성격 특성과는 다릅니다. 망상이나 환각, 사고 와해와 같은 주요 증상은 뇌의 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 전두엽 및 측두엽의 기능 이상, 스트레스 반응 체계의 과민성 등 신경생물학적 요인에서 비롯됩니다. 다시 말해, 조현병은 의지 부족이나 인격의 문제로 설명될 수 있는 질환이 아닙니다.

또한 조현병은 증상의 특성상 초기에는 병식(자기 상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가족의 협력이 중요합니다. 치료가 늦어질수록 만성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일상 기능 회복이 더뎌질 수 있습니다. 치료의 핵심은 약물 복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과 더불어 심리사회적 재활, 가족 교육 등 다면적 개입이 함께 이뤄지는 것입니다.

조현병은 만성 경과를 가질 수 있는 질환이지만 치료를 통해 증상이 조절되고 기능이 회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회복 가능한 질환으로 분류됩니다.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줄이고 지속적인 치료 환경과 사회적 지지를 제공하는 것이 향후 조현병 관리의 핵심 과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