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퍼거 남편과 카산드라 증후군

연인, 또는 남편 등 함께 살아가는데도 외롭다고 느낀 적이 있나요? 대화를 시도해도 벽처럼 막히고, 감정을 공유하려 해도 상대방이 전혀 반응하지 않는 상황.

그럴수록 자신이 이상한 게 아닐까 자책하게 되고, 점점 말수가 줄어드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러한 심리적 단절과 정서적 고립은 카산드라 증후군(Cassandra Syndrome)이라는 이름으로 설명됩니다.

카산드라 증후군은 공식 정신질환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겪는 실질적인 고통과 관계 내의 감정적 단절을 묘사하는 용어입니다. 특히, 아스퍼거 증후군 또는 자폐 스펙트럼 특성을 지닌 파트너와의 관계에서 자주 언급됩니다.

아스퍼거 남편과 카산드라 증후군

1. 카산드라 증후군이란?

카산드라‘는 그리스 신화에서 미래를 예언하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던 트로이의 공주입니다.

카산드라 증후군은 이 신화에서 착안된 개념으로, 자신의 감정과 고통을 표현해도 상대방이 이해해주지 않고, 주변에서도 그 외로움을 인정받지 못하는 심리 상태를 일컫습니다.

카산드라 증후군은 1990년대 후반 영국의 심리치료사 맥스틴 애스퍼(Maxine Aston)에 의해 소개되었으며, 주로 다음과 같은 감정 상태로 나타납니다.

  • 정서적 고립감
  • 관계 내 감정 공유의 실패
  • 우울, 불면, 불안, 자기비난
  • 부부 상담이나 사회적 지지체계의 부재

특히, 상대방이 사회적 신호를 잘 읽지 못하고 감정을 공감하지 않는 경우 이 증후군이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2. 아스퍼거 증후군과의 관련성

카산드라 증후군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특히 아스퍼거)를 지닌 사람과의 관계에서 자주 언급됩니다. 이와 관련된 연구와 임상 보고에 따르면, 비(非)자폐적 파트너는 다음과 같은 어려움을 경험합니다.

  • 감정적 상호작용의 결핍
    • 아스퍼거 특성을 가진 사람은 일반적으로 감정 표현이 제한적이고, 타인의 감정 상태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로 인해 정서적 피드백이 부족해지며 관계의 ‘깊이’가 형성되기 어렵습니다.
  • 의사소통의 비대칭성
    • 파트너는 공감과 위로를 원하지만 아스퍼거 특성을 지닌 사람은 논리적·사실 중심의 대화 방식을 선호합니다.
    • 이로 인해 감정적 대화가 반복적으로 좌절되며, 한쪽만 정서적 부담을 떠안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 사회적 고립의 심화
    • 카산드라 증후군을 겪는 사람은 자신의 고통이 ‘이해받지 못한다’는 느낌에 빠지기 쉽고, 이 경험은 우울증이나 신체화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아스퍼거 당사자가 고의로 감정을 무시하거나 상대를 괴롭히려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는 뇌 발달의 특성에 따른 정보 처리 방식의 차이이며, 당사자 또한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3. 진단은 없지만 실재하는 고통

카산드라 증후군은 공식적인 정신질환 진단명은 아닙니다. DSM-5나 ICD-11 등의 진단 체계에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일부 학자들은 비의학적 용어로 사용하는 것을 경계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최근 심리상담 및 부부치료 현장에서는 이 개념이 정서적 고립을 겪는 많은 이들에게 실제적인 설명틀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겪는 사람은 종종 자신이 과민하거나 문제의 원인이라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감정 교류 방식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서적 고립감을 겪는 사람의 고통은 현실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계의 방식 자체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4. 회복을 위한 접근 : 이해와 구조화

카산드라 증후군의 극복은 단순한 공감의 요구가 아니라, 의사소통 구조의 재구성과 상호 인식의 개선을 필요로 합니다.

  • 정보 제공과 교육
    • 자폐 스펙트럼 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 파트너는 계속해서 실망하고 고립됩니다. 서로의 인지 스타일과 감정 표현 방식을 의학적, 심리학적으로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 감정 언어의 구조화
    • 비자폐성 파트너는 감정을 직접적이고 명료한 언어로 설명하고, 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소통 구조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 부부 상담
    • 자폐 특성과 감정 교류 간의 차이를 조정하는 데 경험 있는 전문가의 중재가 매우 중요합니다. 서로를 ‘고치려는 노력’보다 ‘이해하고 조정하는 과정’으로 접근해야 효과적입니다.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필요한 것

카산드라 증후군은 단지 ‘정서적 결핍’이 아닌,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두 사람이 만나 생기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아스퍼거 특성을 지닌 사람은 자신의 방식대로 세상을 해석하고,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울 뿐입니다. 반대로 파트너는 자신이 외면당한다고 느끼며 상처를 받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둘 중 누가 옳고 그른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새로운 소통 방식을 함께 찾아가는 일입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기술적인 상담 개입과 무엇보다도 정서적 고립을 드러내도 괜찮다는 믿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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