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도 누군가 곁에 없으면 불안한 사람
분리불안은 보통 아이에게 나타나는 문제로 여겨집니다. 엄마가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거나,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서 어린이집 등원을 거부하는 모습은 익숙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와 유사한 불안이 성인이 된 후에도 계속 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애착 문제를 넘어서 성인 분리불안장애(Adult Separation Anxiety Disorder)일 수 있습니다. 특히 교우관계, 육아, 결혼, 부모와의 동거 등에서 자신의 감정이나 불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1. 성인에게도 분리불안장애가 있다?
분리불안은 유아기 및 아동기에만 나타나는 증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최근 정신의학에서는 성인에게서도 분리불안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DSM-5에서는 분리불안장애를 진단할 때 발병 시기에 제한을 두지 않으며, 성인 진단 기준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성인 분리불안장애는 일반적인 불안장애나 우울증, 애착 불안과 혼동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그 중심에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습니다.
- 애착 대상(배우자, 부모, 자녀 등)과 떨어질 때 극심한 불안감을 느낌
- 그 사람이 사고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상상으로 괴로워함
- 그 사람 없이 외출하거나 잠을 자는 것을 회피함
- 끊임없이 연락하거나 위치를 확인함
- 혼자 남겨질 상황에 대해 과도하게 걱정함
2. 육아와 분리불안
성인 분리불안은 자녀를 돌보는 엄마에게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모습이 해당될 수 있습니다.
-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동안 불안하고 마음이 불편함
- ‘내가 없을 때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반복됨
- 아이와 떨어져 있지 못하고 항상 함께 있으려 함
- 배우자가 출장을 가거나 늦게 귀가하면 과도하게 걱정하거나 짜증을 냄
이러한 반응은 양육 스트레스나 산후우울감과 겹치기도 하며, 자신도 모르게 과잉보호나 통제적 양육태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분리불안은 아이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엄마의 삶의 질과 가족 관계 전반에 장기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3. 성인 분리불안의 원인
성인 분리불안장애의 원인은 대체로 어린 시절의 애착 경험과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 유년기에 불안정 애착을 형성했거나, 보호자와의 이별 경험(사망, 이혼 등)이 있었던 경우
- 부모의 양육 방식이 지나치게 통제적이거나, 반대로 방임적이었던 경우
- 청소년기 이후 자율성보다 관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습관이 형성된 경우
또한 성인이 된 이후 배우자, 부모, 자녀 등 특정 대상에게 정서적으로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분리불안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때 분리불안은 관계 속에서의 불편함을 넘어, 삶을 통제하는 불안의 근원이 되기도 합니다.
4. 성인 분리불안장애의 치료와 회복
성인 분리불안장애는 제대로 진단되고 치료받는 경우가 매우 드물지만, 치료 가능성이 높은 장애입니다. 성인 분리불안장애의 치료에는 다음과 같은 방법들이 효과적입니다.
- 인지행동치료(CBT)
- 불안을 유발하는 자동적 사고(예 : “이 사람이 없으면 나는 무너질거야”)를 현실적으로 재구성
- 점진적인 거리두기를 통해 불안을 줄이는 노출기법 병행
- 애착 중심 치료
- 자신의 애착 유형을 이해하고, 건강한 정서적 거리감을 형성하는 데 초점
- 종종 가족 상담이나 부부 상담과 함께 진행
- 약물치료
- SSRI(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계열 약물이 불안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음
- 다른 불안장애나 우울증을 동반할 경우 함께 접근 필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감정 패턴을 인식하고, 분리불안이 ‘정상적인 관계의 모습’이 아님을 깨닫는 것입니다.
누군가 없이도 괜찮은 나를 위하여
성인이 되어도 누군가와의 이별이나 거리에서 지나친 불안을 느끼는 자신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 감정은 오래전부터 자신 안에 자리한 결핍과 연결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건강한 독립성을 가르치고 싶다면, 나부터 정서적으로 독립된 어른이 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진짜 사랑은 곁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니라, 떨어져 있어도 무너지지 않는 신뢰 속에서 자라는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