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여기며, 타인의 감정에는 무관심하고, 비판에는 쉽게 분노하는 사람.
이런 나르시시스트(Narcissist), 즉 자기애성 성격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를 가진 사람은 많은 관계에서 문제를 일으키며, 때로는 심리적 폭력의 가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종종 묻습니다. “나르시시스트도 변할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있습니다. 치료는 가능하며, 회복은 서서히 일어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글에서는 나르시시스트의 치료 가능성과 방법, 그리고 실제적인 한계를 살펴봅니다.
1. 나르시시스트는 왜 치료가 어려운가?
정신의학적으로 나르시시스트는 자기애성 성격장애로 분류됩니다. 이들은 대부분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가집니다.
- 자신을 과대평가하며, 특별한 존재라고 믿음
-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함
- 비판에 극도로 민감하고 쉽게 분노함
- 대인관계를 ‘이용과 폐기’로 접근함
- 인정과 칭찬을 과도하게 원함
이러한 특성은 단순한 성격의 일부가 아니라 자아 구조의 기초를 이루는 성격장애의 핵심입니다.
문제는 나르시시스트가 스스로를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대부분 타인을 탓하거나, 관계의 갈등을 “네가 예민해서” 혹은 “내 뜻을 이해 못해서”라고 돌리기 때문에 자발적인 치료 동기가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2. 나르시시스트 치료에 필요한 조건
그렇다면 나르시시스트는 정말 치료가 가능할까요?
정답은 가능하지만,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입니다. 그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자발적인 치료 동기
- 대부분의 나르시시스트는 본인이 문제라는 인식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관계의 파탄과 직장 내 갈등, 이혼, 자녀와의 단절 등 큰 위기를 겪고 나서야 심리적으로 무너지고, 그제야 스스로 치료를 고려하기 시작합니다.
- 긴 시간의 치료적 관계
- 나르시시스트는 신뢰를 잘 형성하지 못하고, 치료자와의 관계에서도 이상화와 폄하를 반복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1~2회로 끝나는 상담이 아니라 수개월에서 수년간 유지되는 장기 치료가 필요합니다.
- 방어기제 해체 과정
- 치료 과정에서 감정적 불안정성이 드러나고, 과도한 자존감의 방어기제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견디는 것이 치료의 고비이자 기회가 됩니다.
3. 나르시시스트 치료에 사용되는 심리치료법
- 정신역동치료
- 과거의 애착 손상, 이상화된 자기 이미지의 기원을 탐색
- 자아구조의 왜곡을 해석하고, 새로운 관계 패턴을 형성하는 데 중점
- 치료자의 반응(transference)을 통해 깊이 있는 통찰을 유도
- 인지행동치료(CBT)
- “나는 우월하다”, “비판은 모욕이다”와 같은 왜곡된 인지 패턴을 교정
- 타인의 시선을 재해석하고, 감정의 인식을 훈련함
- 정신화 기반 치료(MBT)
- 공감 능력 회복을 위한 훈련
- 타인의 감정, 욕구, 동기를 상상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기름
- 변증법적 행동치료(DBT)
- 감정 폭발, 분노, 충동 조절 어려움을 다루는 데 효과적
- 경계선 성격장애와 중복된 특성을 가진 NPD에 유용
4. 나르시시스트 치료의 한계 : 완치 보다는 ‘변화’
많은 연구자들에 따르면 자기애성 성격장애는 완치보다 평생 관리가 필요한 성격구조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치료가 진행될수록 나르시시스트는 다음과 같은 변화의 징후를 보일 수 있습니다.
- 자기중심적인 반응을 줄이고, 타인의 감정을 고려함
- 감정 표현이 조금씩 자연스러워지고, 공감 반응이 증가함
- 관계 속에서 덜 방어적으로 반응하고, 피드백을 수용함
이러한 변화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치료자와의 지속적인 관계 속에서 천천히 형성되며, “내가 무너져도 괜찮다”는 감정적 안전감을 회복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입니다.
나르시시스트도 결국은 상처받은 사람이다
나르시시스트는 흔히 자기만 아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버림받지 않기 위해 자신을 부풀려야 했던 내면의 상처와 불안이 존재합니다. 나르시시스트의 치료는 단지 고쳐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이해받고 관계속에서 다시 신뢰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입니다.
만약 주변에 나르시시스트로 의심되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을 변화시키려 애쓰기보다 나 자신을 보호하며 건강한 경계를 설정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스스로 도움을 구할 수 있을 때 치료는 시작될 수 있습니다.